▲ 가을 들녘을 풍요롭게 하는 쑥부쟁이의 꽃말은 인내, 청초함, 옛사랑, 그리움, 기다림, 태만, 애국심, 무병장수 등이다.

‘쑥 캐는 불쟁이의 딸’ 전설
어린 순 나물 먹어 이뇨작용
풍성한 꽃술 종류 가지가지

"옛날 한 산골에 쑥을 캐는 불쟁이(대장장이)의 딸이 있었더란다. 11남매 동생들을 보살피기 위해 처녀는 열심히 쑥을 뜯었대. 동네 사람들은 그런 그녀를 쑥을 캐는 불쟁이의 딸이라고 <쑥부쟁이>라 불렀대. 때마침 말을 탄 귀공자가 지나다가 다리를 다쳐 이 처녀의 정성어린 보살핌으로 낫게 되자, 조신한 용모와 고운 마음씨에 마음을 빼앗긴 공자는 내년 이맘때 꼭 다시 오마 약속을 했더란다. 해는 흘러 쑥을 캐는 봄이 지나고 여름이 지나도록 공자는 오질 않았더란다. 이웃 나라와의 전쟁이 끝나 피투성이가 된 왕자가 돌아왔을 땐 기다림에 지친 처녀는 쑥을 캐다 그만 숨을 그둔 뒤였더란다"

전설도 애닯은 쑥부쟁이!

전설마냥 동구 밖에 애잔하게 피어 길손의 마음을 사로잡는 꽃. 쑥을 캐는 불쟁이, 자식 많은 집 맏딸로 태어나 배고픈 동생들을 위해 나물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어린 순을 나물로 먹으며, '자채(紫菜)', '계장초(鷄腸草)'라 하여 봄과 여름에 연한 잎과 줄기를 삶아 말려두고 건고사리처럼 묵나물로도 먹는다.

민간에서는 전초를 보익 해수 이뇨 등에 약으로 쓴다.

'쑥부쟁이'란 말은 '쑥'에서 나왔을 것이다. '쑥'은 아무 땅에서나 '쑥쑥' 잘 자란다고 그런 이름이 붙었으리라.
그러면 '부쟁이'는 무엇일까? 단군 할아버지의 아버지 환웅의 딸 이름이란 말이 있다.

가새쑥부쟁이 왜쑥부쟁이 섬쑥부쟁이 가는쑥부쟁이 개쑥부쟁이 갯쑥부쟁이 가새쑥부쟁이 등 쑥부쟁이 집안은 대단하다.

눈개쑥부쟁이는 작은 몸피로 땅에 착 붙어(누워) 자란다. 까실쑥부쟁이는 잎이 까실까실하다.

풋풋했던 대학시절 토요일 가을 하오, 고향 낙동강역에 통학열차를 내리면 어릴 적 뛰놀던 매봉산에 올라 당시엔 이름도 몰랐던 들국화들을 스케치하며 지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산기슭에 피던 꽃은 구절초 쑥부쟁이 참취 까실쑥부쟁이 같은 것들인데, 당시에 그린 그림을 갖고 있으니 도감과 대조해 보면 알 수 있으리라.

언젠가 <가을은 그리움 기다림 해후 만남 결실 독서 詩 떠남 추억 산행 갈꽃 단풍 결실 결단 고독 명상 결혼 절망 고뇌 회고 추억 떠남 거둠 식욕 멋 책 이별 사색 편지 시인 석류 남자 수심 메밀꽃 들국화 소녀 코스모스 억새 꿈꾸는 불면 사랑 성취 바램 밤송이 소슬바람 감사 사무침 황금들판 나그네 황국 거둠 천고마비 등화가친 갈무리 이삭 반추 플록코트 가을비 열매 축제 순수 소망 음악회 기차여행 상념의 계절이다> 라고 썼던 적이 있다.

그 어느 말과도 잘 어울리는 계절이다. 내가 인생의 가을을 맞고 있어서인지 나그네와 들국화의 계절이라는 말이 제일 애잔하다.

<사랑하면 보인다, 다 보인다 /가을 들어 쑥부쟁이꽃과 처음 인사했을 때 /드문드문 보이던 보랏빛 꽃들이 /가을 내내 반가운 눈길 맞추다 보니 /은현리 들길 산길에도 쑥부쟁이가 지천이다 /이름 몰랐을 때 보이지도 않던 쑥부쟁이꽃이 /발길 옮길 때마다 눈 속으로 찾아와 인사를 한다 /이름 알면 보이고 이름 부르다 보면 사랑하느니 /사랑하는 눈길 감추지 않고 바라보면 /꽃잎 낱낱이 셀 수 있을 것처럼 뜨겁게 선명해진다 /어디에 꼭꼭 숨어 피어 있어도 너를 찾아가지 못하랴 /사랑하면 보인다, 숨어 있어도 보인다>

▲ 섬쑥부쟁이.

정일근 시인은 쑥부쟁이를 그렇게 읊었다.

가을이 되면 나그네의 눈길을 붙잡는 들국화. 쑥부쟁이류 구절초류 취류 산국과 감국, 해국 등의 다양한 들국화가 레위인처럼 강산을 더욱 풍요롭게 해 준다.

나 역시 가을이 깊어지면 고향 생각에 잠긴다.

<까실쑥부쟁이 연분홍 /네 그 연분홍 꽃이 피는 걸 보면 /내 마음은 어느덧 고향집 뜨락 /하아얀 박꽃 /박꽃보다 더 하아얀 달빛 /기차가 정적을 길게 울리며 낙동강을 넘으면 /언덕 위의 구절초 /강물은 흐르고 /어릴 적 꿈꾸던 소년이 되어 /지금껏 그 꿈꾸고 앉았네 /연분홍인지 연보란지 나는 모른다 /까실쑥부쟁이 네 꽃봉오리 물든 걸 보니 /금목서빛 가을벌 강노을에 헤엄쳐오고 /까마종이 오종종 익어가누나 //까실쑥부쟁이 연분홍 /네 그 연분홍 꽃이 피면 /내 마음은 어느덧 코스모스 하굣길 /백리향 산구절초 냄새 /가만히 손안에 고이는 /가을풀 향기로운 고향 들판에 /금목서빛으로 익는 강노을 /연보란지 뭔지는 난 몰라 /까실쑥부쟁이 피는 언덕으로 기차가 가고 /강물이 흐르고 /내 마음은 어느덧 고향 뒷산 /허황된 꿈만 꾸던 어린 소년이 /지금껏 그 꿈 속을 살고있나베>

▲ 김종화 시인

글쓴이 김종화 시인은 남촌문학관장으로
남구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여 년간 자생식물연구가로 활동하며
들꽃정원 초애원을 운영하고 있다.
시집「흰금낭화 같은 그대」
「田園」등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