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성한 풀숲에서 앙증맞게 피어나는 쥐손이풀의 꽃말은 귀감, 새색시, 끊임없는 사랑이다.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자생
설사 변비 등 약효 뛰어나
이질풀 등과 생김새 비슷
원예종으로 개량한 제라늄

짐승은 즐기다가 죽고 인간은 학문적인 경이에 넘치다가 죽는다던가, 꽃송이의 기묘함은 끝이 없고 식물의 비밀은 무진하다.

쥐손이풀과 이질풀은 사촌간이다. 그만큼 구별이 어렵다. 쥐손이풀(흰색)은 뿌리에 주근이 있으나 이질풀(분홍)은 없다든지, 쥐손이풀은 줄기의 털이 위를 향한 상향모이고 이질풀은 옆으로 난 측향모라는 말로는 광어와 도다리처럼 구별이 아리송할 뿐이다. 흰이질풀도 있으니 더욱 그렇다.

쥐손이풀은 한자명 서장초(鼠掌草)에서 온 이름으로 옛 문헌에는 '거십쵸'로 나온다.

익으면 다섯으로 갈라지는 열매 자루 모양이 쥐의 앞발을 닮았다고도 하고 혹자는 이파리가 쥐손을 닮았다고도 한다.

서장초란 <쥐의 손바닥을 닮은 풀>이란 뜻이다. 영명 HerbRobert, 일명 イチゲフウロ(이치게후우로,いちげ風露ふうろ). 흔히들 원예종을 풍로초(후우로소우,フウロソウ)라 하여 많이 키운다. 중국명 鼠掌(shǔzhǎng),老鹳草(lǎoguàncǎo).

이질풀은 이질(痢疾)에 잘 듣는다고 붙은 이름. 겐노쇼우코(ゲンノショウコ,현증거,現()の証拠())도 그런 의미. 딴 이름으로 미코시구사(ミコシグサ,(御輿草)도 있다. 중국명 尼泊尔老鹳草(Níbó’ěr lǎoguàncǎo) 老鹳草(lǎoguàncǎo) 粉红花(fěnhónghuā). 영명 cranesbill. 꽃의 아름다움보다는 쓰임새가 더 절실했기에 이런 흉칙한 이름이 붙고 말았다.

쥐손이풀과 이질풀 등 대부분 제라늄속 식물은 설사 변비 소화 배설 등에 탁월한 약효를 보인다. 오죽했으면 그 예쁜 꽃에다 <이질>이란 병명을 붙였겠는가.

이명으로는 현초(玄草) 노학초(老鶴草) 서장초(鼠掌草) 광지풀 공등 관근 등이 있고, 최근 중앙대산학협력단에서 쥐손이풀 추출물을 유효성분으로 함유하는 탈모 방지 또는 발모 촉진용 조성물을 만든 바 있다.

쥐손이풀은 배탈을 낫게 하고 옴과 악창 뿐아니라 농민들의 직업병인 발가락 물쿰에 잘 들어 한방에선 현초(玄草)라 하고, '새색시' 라는 꽃말을 가진 연분홍 꽃이다.

우리나라 각처의 산과 들에 자생한다. 줄기는 땅으로 비스듬히 눕고, 거꾸로 된 털이 나 있다. 잎은 마주나는데 잎자루가 길고, 손바닥 모양으로 3~5갈래로 갈라지며, 가장자리에 결각 모양의 톱니가 있다. 6~9월에 연한 홍색 또는 흰색의 꽃이 피고, 9~10월에 열매가 피침형으로 익는다.

소박한 미소를 닮은 꽃이 앙증맞고 귀여운 이질풀 역시 누워서 자라는 것이 특징.

차로 마시면 장염치료(세균으로 인한 설사, 이틀에서 사흘 정도 먹으면 효능을 봄) 지혈작용(피의 흐름에 도움을 주어 몸의 혈액순환에도 기여하므로 재생불량성 빈혈에도 활용), 이뇨작용(소변이 시원하게 나옴)에 좋고, 근육과 뼈대를 건강하게 하고 경련에도 좋으며 신경통이나 류머티즘 관절염에도 쓰이고 변비, 냉증과 같은 질병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잘 말린 이질풀 약 10g을 물600cc에 넣어 끓여 먹으면 된다.

약용으로 쓸 때는 약한 불로 달여 찌꺼기를 걸러내고 따뜻하게 하루 서너 번 먹고, 변비에는 공복에 하루 서너 번 마시면 된다. 광지풀, 현초(玄草), 현지초(玄之草)노관초(老觀草)라고도 한다.

연한 홍색, 붉은 자주색, 흰색의 세 가지 색으로 핀다. 어린잎은 나물로도 먹고 전도 부쳐 먹는다. 생장이 왕성할 때 채취하여 햇볕에 말려 두었던 것을 넣은 물이 반 정도 되도록 졸여 달여 마시는데 뜨거울 때 효과가 더 좋다고 한다.

어린 잎은 튀기거나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한다. 풍로초(風露草)처럼 관상적인 가치가 있어 화단에 심는 종류들도 있다.

풍로초는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풍로와 같다 하여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속명 제라늄(Geranium)이 희랍어로 학이라는 뜻을 가진 제라노스(Geranos)에서 유래되었는데 바로 이 열매의 모양이 학의 부리와 같아 붙여진 이름.

제라늄은 쥐손이풀(Wild Geranium)을 원예종으로 개량한 것으로 꽃말은 행복, 친구의 정, 상냥하고 따뜻함, 결심, 그대로 인한 행복, 그대가 있어 행복합니다, 당신 생각이 떠나지 않습니다 등이며, 어원은 희랍어 게라노스(geranos)로 '학'을 뜻한다.

씨가 찌를 듯 한 긴 부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명 크렌즈 빌(Cranes bill)도 학의 부리란 뜻. bill은 '현금' 이란 뜻과 '법안, 증권, 계산서' 외에 '부리'란 뜻도 있다. 기중기(起重機)를 크레인(crane)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긴 목을 한 학에 비유한 말이다.

제라늄 중에 유럽과 미국에서 가장 많이 보급되어 있는 것은 조넬 페라고늄(Zonale pelargonium)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Zonale은 '고리모양의 무늬'라는 의미로 잎에 고리모양의 무늬를 볼 수 있다.

▲ 김종화 시인

글쓴이 김종화 시인은 남촌문학관장으로
남구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여 년간 자생식물연구가로 활동하며
들꽃정원 초애원을 운영하고 있다.
시집「흰금낭화 같은 그대」
「田園」등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