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평론가 신기용

부산을 일컬어 ‘문화 불모지’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흔하다. 과연 부산이 문화 불모지일까?

엄격하게 말하면 문화 불모지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아마도 그들은 오페라 공연과 오케스트라 연주회와 같은 소수 계층을 위한 고급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주장하는 것이라 믿고 싶다.

대중문화는 문화가 아니라는 말인가?

이 시대의 고급문화는 그 나름대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과제임은 당연하다. 경제성 논리에 맞대어 놓고 보면 오히려 대중문화가 더 효자 노릇을 한다.

지금은 대중문화를 무시할 수 없는 시대이다.

그렇다면 영화‧게임‧그래픽 디자인 등과 같은 영상 혹은 디지털문화 콘텐츠와 문화재 관람, 의료 시설 이용, 각종 시장 관광 등과 같은 관광 문화 콘텐츠, 그리고 해양 레포츠와 같은 각종 놀이 문화 콘텐츠 등등, 부산의 문화 콘텐츠는 고급문화보다는 대중문화에 비중을 더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에 ‘문화 불모지’를 불식시키겠다는 부산시의 문화 정책의 하나로 ‘북항재개발사업’과 연계하여 1800석 규모의 ‘오페라하우스’ 건축을 추진 중이다.

오페라 공연과 오케스트라 연주와 같은 고급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공연장을 마련한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정책이지만, 고급문화만을 일컫는 문화라는 표현은 현시대에 맞지 않다.

고급문화도 문화요, 대중문화도 문화이다. 이 둘의 조화와 어울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를 잘 통합하고 융합하여 더 나은 문화를 창조해 낸다면, 이보다 더 좋은 문화가 어디 있겠는가?

부산은 원삼국 시대에 ‘가야 문화권’에 속하였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2천여 년 전, 즉 1세기경 ‘거칠산국’이라는 부족국가가 존재했다. 이를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장상국(내산국)’이라고 전해진다.

이들은 철을 생산하여 해양을 발판으로 삼아 왜국(일본)과 동남아, 인도와 아랍권의 다른 국가에 수출하는 해양 소왕국이었다.

다시 말하면, 철의 나라, 해양의 나라, 무역의 나라였다.

신라에 병합된 뒤 동래군, 고려 시대에는 동래현, 조선 시대에는 동래진과 동래부로 명명된 곳이다.  왜국과 접하고 있어 국방·외교·무역 거점으로서의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곳이다.

특히 조선 시대 남부 지방의 정치·행정·경제·문화 등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 곳이기도 하다.

또한, 부산항은 고종 13년(1876)에 제일 먼저 개항하여 약 150년에 걸친 항만 시설의 확충과 정비로 한국 최대의 물류 기지로서 역할은 물론이고, 동양 최대 물류 허브의 역할까지 소화해 내는 항만으로 발전해 왔다.

그야말로 과거와 현재가 역동하는 곳이다. 즉, ‘역사적 원형’을 간직한 곳이다.

이와 더불어 ‘부산국제영화제’ 확충, ‘오페라하우스’ 건축 추진, ‘국립해양박물관’ 개관 등 부산의 문화도 현대적으로 변모하여 역동하고 있다.

이처럼 부산은 해양을 통해 첨단 혹은 선진 외래 문물과 문화를 가장 먼저 수용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해온 곳이다. 그래서 오랜 역사를 통해 토박이들의 정신적 유전자에는 탁월한 문화 수용 능력이 흐르고 있음이 분명하다.

토박이들의 의식에는 따분한 고급문화보다는 함께 즐기고 어울리는 대중문화에 더 심취하는 성향을 보인다.

고리타분한 대륙 문화보다는 새롭고 신비로운 해양 문화에 더 무게를 둔다.

앞으로도 부산의 문화는 해양 문화와 대륙 문화의 융합 문화이면서 선진 문화 유입의 관문으로서 미래 문화 창조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장담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