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경대 권현정 학생

최근에 친구가 나의 별자리운세를 알려주었다. 재미로 보는 별자리운세인데도 난 꽤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 운세는 나의 속마음을 단번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료나 친구보다 뒤처진 듯한 기분이 든다. 모든 사람이 당신보다 치열하게 일하는 것 같다.’ 혹시 내가 뒤처지고 있는 건가? 남들과 다른 방향으로 길을 잘못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게 요즘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이다.

4학년이 되면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묻는 첫 질문은 “요즘 뭐하고 지내? 무슨 공부해? 무슨 일 하려고?”등이다. 취업을 위해서 남들은 얼마나 치열하게 준비하고 있는지, 나는 잘 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노심초사해서 확인 차 물어본다.
절대 뻔한 삶을 살지 않을 것이라 각오했지만 스스로 취업준비생이란 이름표를 붙이고 나니 결국 남들과 비슷하게 가는 것이 정도(正道)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동안 나는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았다. 강의실에 빼곡하게 앉아 공부하는 것이 싫어서 토익은 4년째 미루었고, 경영학도라면 가지고 있을법한 흔한 자격증 하나도 없다. 그런 내가 뻔한 길을 가려고 하니 방향을 잃고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즈음 경영학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한 뒤 극단에서 연기를 배우는 한 언니와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언니의 새로운 목표는 대학원을 졸업해서 공연예술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는 것이다.

참 멋있는 그 언니가 한마디 더 해주었다. 친구 3명이 있는데 한 명은 자신보다 자그마치 200배는 더 버는 대기업에 다니는데 삶이 퍽이나 재미가 없단다. 두 번째 친구는 적당히 벌고 적당히 놀며 적당히 만족하면서 살고 있고, 나머지 한 명은 연구소 일을 때려치우고 자신이 좋아하던 미술에 빠져 그림을 그리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여러 사람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과연 정도(正道)가 있는 걸까 혼자 되물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정도가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삶을 제공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나의 인생도 사회가 정해놓은 정도에 만족하지 않는다. 지금 동기와 친구들이 앞다퉈 사회로의 진출이라는 출발선 앞에 서있지만 출발 순서와 속도는 각자 다르다. 그러니 그들과 똑같은 템포로 가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멀리서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한다. 어쩌면 내가 고민하며 지내던 몇 개월은 가까이서 볼 때는 꽉 막힌 비극이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걸음 물러나서 나를 바라보니, 신념대로 인생의 방향을 설정하고 있는 이 때는 분명히 즐거운 희극의 순간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가 내 삶의 방향을 꽤 만족스럽게 정해놓고 시작한다는 것이다. 나를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던 친구가 넌즈시 “너 이제 사춘기 왔구나”라며 한마디 해주었다. 남들보다 늦게 찾아온 23살의 사춘기는 나를 좀 더 성숙한 아이로 만들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