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순태 숨쉬는 동천 회원(래추고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지금의 동천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이름이다. 1924년 조선총독부 육지측량부에서 그린 조선지형도 부산북부지도를 보면 동천(東川, 豊滿川, 풍만천)이라고 표시해 놓았다.

옛날에는 풍만강(楓滿江, 豊滿江) 또는 보만강(寶滿江)이라는 기록과 임진왜란 이후에는 범천(凡川)이라는 기록이 지도와 왕조실록에 있다.

조선시대 동래부 서면 일대의 모든 하천이 합류하여 부산만으로 흘러들고, 밀물이 밀려 올라올 때 주변은 거대한 강의 모습을 연출하여 풍만강으로 불리게 되었음을 짐작케 한다.

현재 전포천, 부전천, 가야천 등의 지방하천들이 동천의 광무교 부근에서 합쳐져 부산만으로 흘러든다. 범천은 수정산에서 발원하여 범천계곡을 거쳐 범내골 부근에서 동천에 합류하였다.

1711년 범내골을 내려오는 범천을 건너던 목조다리가 썩어 돌다리로 교체하였다는 호천석교비(虎川石橋碑)가 세워진 것과 1872년 그려진 군현지도에 범천이라는 기록을 보면, 동래부에서 초량왜관으로 가는 길목(현재 광무교 부근)에 흐르는 하천을 범천으로 불렀을 개연성이 높다.

1904년(명치 37년) 일본수로부에서 그린 조선남동안 부산항지도를 보면 현재의 부산진성공원(釜山鎭城公園) 뒤쪽은 강어귀로 바다와 접하며, 문현동 어귀에도 작은 섬들이 여럿 존재하는 갯벌 지역이었다.

1886년 촬영된 부산진성 사진을 보면 자성대 뒤편은 밀려 올라온 바닷물로 강이라기보다는 바다로 여겨지는, 어쩌면 지금의 낙동강 하류가 연상되는 모습이다.

1904년 그려진 지도를 보면 범천은 원래 동천과 합류하지 않고 부산진성 뒤편으로 흘러 부산만으로 유입되었으며, 1918년 즈음 일제가 조선방직을 건설하면서 물줄기를 직선으로 내어 동천과 합류하게 하였다.

1915년에 그려진 부산항전도를 보면 부산진성 뒤편은 매립이 되었으며, 가야천과 부전천은 합류하지 않고 부산만으로 유입되고 있으며, 수정, 좌천, 범일지역의 바다를 매립하기 위하여 매축지예정구역(埋築地豫定區域)으로 지정해 놓은 것을 알 수 있다.

동천은 일제강점기에 조선을 수탈하기 위한 일본의 목적에 의해 직강 하천으로 변형되었고, 한국전쟁과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인구가 유입되자 수질은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지형을 고려하지 않고 하천을 직선으로 변형시키고 매립공사를 하여, 만조와 폭우가 합쳐지면 하류의 저지대 주민들은 침수 피해로 고통받고 있다는 뉴스를 자주 접한다.

수십 년 동천의 수질개선을 위해 부산시는 땜질식 처방만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으며, 최근 설치한 해수도수 펌프시설도 고장으로 가동이 멈추어 악취로 인한 인근 주민들의 생활의 질이 열악해 불만이 많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라는 위상에 맞게 환경을 잘 보호하고 가꾸어야 한다. 부산은 산과 바다로 구성된 도시이며 관광산업이 미래의 먹거리라고 하면서 부산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하천인 동천이 썩어서 악취로 모두가 외면하는 현실을 부산시는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