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마지막 남은 방위식 행정구역인 서구의 명칭 변경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린다.

인천시는 지난 2018년 방위식 행정지명인 남구를 미추홀구로 처음 변경한 이후 올해 초 확정된 행정체제 개편을 통해 중구와 동구 역시 영종 구와 제물포구로 구명을 바꿨다.

이런 가운데 부산의 한 기초자치단체에서도 구 이름을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 감지돼 관심을 끌고 있다.

부산 남구는 세계 유일의 UN 공원이 있다는 지역 특성을 살려 ‘유엔’이 포함된 구명 변경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구는 지난해 디자인 공모전을 통해 도시브랜드 유엔남구(YOU&NAMGU)‘를 만들어 구 명칭 변경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후 남구는 유엔미 오륙도 남구 투어버스 운행, 육아아빠단, 유엔평화축제, 유엔남구 청소년 축제 등의 사업을 잇달아 추진하며 유엔남구 알리기에 주력해 오고 있다.

남구는 유엔기념공원이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산화한 11개국 2,300여 영령이 잠들어 있는 지구촌 평화의 상징 공간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고 구 이름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구 이름 변경을 계기로 지역 정체성을 확립하고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에 구가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남구 구정 슬로건인 ’변화하는 남구, 세계가 찾는 도시‘와도 결을 같이 한다는 게 구의 입장이다.

오은택 부산 남구청장은 한 언론매체 기고문을 통해 “부산의 남녘이라는 의미로 남구라는 명칭이 부여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남구란 지명은 부산에만 있지 않다.

대구 광주 울산 등 광역대도시에 흔하게 겹치는 이름이다 보니 지역의 정체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인천 남구가 미추홀구로 바뀐 이유 역시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남구가 방위식 명칭과 구역을 변경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우선 지방자치단체의 명칭 변경은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돼 있는데 대상지 실태조사와 지방의회 의견수렴 검토보고 및 법률안 작성, 차관급 국무회의 상정, 국회제출, 공포 등 모두 10단계의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유엔(UN)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려면 UN에 허가를 받아야 하는 과제도 있다. 남구는 지난 2010년 유엔평화문화특구로 지정되면서 유엔으로부터 명칭 사용도 승인받은 일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외래어 명칭에 대한 거부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남구는 구 명칭 변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민들의 공감과 지지가 중요하다고 보고 주민 설득 과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BI(Brand Identity)를 변경한 이후 현재는 분위기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구 이름을 바꾼다는 게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사항은 아니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며 구민들의 지지가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준비를 철저히 해서 유엔과 남구를 접목할 방법을 찾고 시민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느리지만 신중한 발걸음으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남구라는 지방자치단체 이름만 전국에 5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식 행정구역 명칭이 지역과 역사 문화적 정체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식민지 행정의 잔재라는 지적을 받는 대목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유엔의 상징성을 구 이름에 녹여내고 있는 부산 남구의 행보가 바빠지면서 중구와 동구, 서구, 북구 등 방위식 행정명칭을 사용하는 부산의 기초자치단체가 구 이름 변경에 나서는 신호탄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