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박재범 후보가 가족들과 사전투표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자유한국당 박재본 후보가 유권자를 만나 한표를 호소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힘 실어주자 VS
안보불안 경제불안 심각 대립

젊은층 투표 인증샷 곳곳서 목격
60대 이상 사전 투표소로 몰려

“이번에는 진짜 바꿔야 안됩니꺼, 젊고 신선한 구청장(박재범)으로 무조건 바뀔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경륜과 경험이 많은 박재본이가 구정을 맡아야지 안되겠습니까?”

민선 1기가 시작된 이후 23년간 특정당이 독식해 온 부산의 구청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다툼이 이어지면서 부산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선거가 시작되기 전부터 격전지로 분류됐던 남구청장 선거에 많은 시민들의 눈이 쏠리고 있다.

사전투표가 시작된 8일 부산 남구를 찾았다. 주민들 대부분은 지지성향과는 상관없이 “분위기가 예전 같이 않고 변화의 조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감만종합사회복지관 1층에 마련된 감만1동 사전투표소를 먼저 들렀다. 투표 마감 2시간 전인데도 사전투표를 하기위해 몰려든 유권자들로 투표소는 만원을 이뤘다. 국군항만운영단 소속 장병들도 대열에 합류해 눈길을 모았다. 택시를 타고 오는 사람도 있었고 오토바이를 이용해 투표장을 찾는 사람들도 있어 투표 열기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주민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연령대에 따라 ‘세대격차’가 확연했다.

20~40대는 민주당 박재범 후보를, 50~60대는 한국당 박재본 후보를 지지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투표소 앞에서 투표 인증샷을 하는 광경도 자주 목격됐다.

감만1동에 살고 있는 김지나(가명 30) 씨는 “국정농단 세력을 이번 선거를 통해 완전히 몰아내야 한다”며 “새로운 시대를 맞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투표했다”고 밝혔다.

문현동에서 멀리 감만동까지 투표장을 찾았다는 이순길(가명 59) 씨는 “아무리 그래도 구청장직을 수행하려면 경력과 사회봉사 경험이 있는 한국당 후보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감만동 지역은 민주당 박재범 후보가 살고 있는 곳이고 한국당 박재본 후보가 8년간 시의원으로 활동하며 공을 들인 지역이어서 초박빙세를 이룰 것이라 점쳤지만 박재본 후보를 지지하는 분위기가 더 감지됐다.

용호동은 조금 달랐다. 용호종합사회복지관에 설치된 용호제3선거구 사전투표소를 찾은 주민들은 “구청장을 선택하는 기준 중 동네를 새롭게 변화 발전시켜 줄 후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용호1동 LG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조용진·이순실(가명 51)부부는 “대북정책에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는 여당 소속 구청장을 선택해야 했다”고 말했다.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정민(38)·유하나(가명 35) 부부 역시 “시대의 변화에 맞는 구청장을 선택기준으로 삼았다”며 “젊은 지도자가 새롭게 남구를 이끌어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려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연동 선거 분위기가 궁금해 대연1동주민자치센터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았다.

30분 밖에 남지 않은 시간에도 투표를 위한 행렬은 끊이질 않았다. 사전 투표는 젊은이들의 전유물이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번 선거는 달랐다. 젊은층 못지않게 60대 이상 노년층 유권자들이 많이 보였다. 그래서인지 의견도 갈렸다.

가족 모두가 사전투표에 참여했다는 이정길(가명 52) 씨는 “평생 한국당을 지지해 왔지만 이번에는 정당은 정의당을 찍고 구청장은 민주당 후보를 선택하자고 가족끼리 뜻을 모아 사전 투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자신을 보수성향의 소유자라고 밝힌 김태용(가명 78) 씨는 “문재인 정부를 보면 불안해 잠이 오지 않는다”며 “안보불안은 물론 경제불안까지 겹쳐 도저히 살 수가 없어 한국당 후보를 뽑았다”고 말했다.
문현동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문현1동주민자치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적폐청산과 안보불안의 대립이 첨예했다.

문현동에서 50년 이상을 살아왔다는 최영우(가명 72)씨는 “북한이 하자는 대로 다 끌려 다니는 현 정부를 욕하지 않을 수 없다”며 “나라를 지킨다는 생각으로 여당을 견제할 한국당 후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얼마 전 아파트로 이사 온 박희진(28) 씨는 “사실 어느 정부보다 문재인 정부가 훌륭하게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고 본다”며 “교육감은 공약을 보고 선택했고 구청장은 민주당에 힘을 실어줬다”고 밝혔다.

지방선거일이 며칠 앞으로 다가오면서 남구청장 선거열기가 최고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가운데 지역 유권자들은 새로운 선택이냐 아니면 보수로의 회귀냐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