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오륙도 맞은편 승두말 스카이워크 부근에 피어 있는 사데풀의 꽃말은 ‘친절, 세력, 활력, 현실적인 사람’이다.

남구의 옛 이름은 남촌면이었다.

 <산 너머 남촌에는♬>의 그 남촌. 구한말까지 남촌이었던 것이 일제강점기에 용주면으로 바뀌면서 용호 용산 용당 용소 용연 등 용자가 든 이름이 많아졌다.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까? 행복한 우리 남구 주민이 산다. 남구에는 난대성 자생식물과 함께 외래식물 등 여러 곳에서 유입된 식물자원이 많다.

필자는 남구에서만 40년을 살면서 문현동과 대연동에 들꽃정원을 일구고 천여 종의 자생식물과 야생화를 가꾸며 살아왔다. 이제 그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보려 한다. 독자의 흥미를 위해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꽃부터 시작한다.

엄동설한 속 씩씩하게 꽃피워

▲ 겨울철의 사데풀

지금 오륙도 맞은편 승두말 스카이워크 부근에 가면 사데풀 꽃을 볼 수 있다. 언뜻 보면 민들레를 닮았다. 그러나 잎과 꽃대궁이가 전혀 다르다. 그리고 엄동설한 1월에도 씩씩하게 피어 오륙도를 향해 손을 흔든다.

처음 바닷가 돌 틈에 핀 사데풀을 보았을 때 정말 신기하였다. 꽃은 민들레 같은데 잎이 민들레와는 딴판이었다. 민들레 잎은 삼각형을 여러 개 이어 붙인 것처럼 보여 서양에서는 사자이빨(댄딜라이언), 일본에서는 <단뽀뽀>라 한다. 사데풀 잎은 뾰족한 돌기가 없다.

어떤 이는 <잎만 보면 민들레나 씀바귀 왕고들빼기와 닮았고 꽃은 조밥나물이나 껄껄이풀과 가장 많이 닮았다>고 한다. 조밀한 아름다움과 정미한 멋이 있는 이 꽃에 꽃말은 있으나 전설이 없어 스토리텔링의 옷을 입힐만하다.

풀죽 끊일 때 넣는 풀로 알려져

▲ 겨울철의 승두말 사데풀

옛날 먹고 살기 힘들 때 풀죽 끓여 먹을 때 넣은 풀이다. 얼마 전 탈북민이 북한의 식량 사정을 말하면서 "세투리가 없었다면 칠팔 월을 어떻게 넘겼을지 모르겠다.

세투리를 많이 먹어 이 가 파랗게 물들었다"던 그 풀이다. 세투리는 사데풀의 북한말. 사데풀은 순우리말로 상추의 이두식 표기에서 유래되었다. 시골에서는 사데풀을 나물로 먹기 때문에 '사데나물'로 부르기도 한다. 부산 교육감을 지낸 주상우 박사의 원색도감「산과 들의 계절식물」에는 <사데나물>로 나온다. 봄철에 연한 순을 나물로 해서 먹으면 밥맛이 돌게 하고 또 다른 별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름도 생소한 사데풀은 염분 있는 바닷가에 잘 자라는 염생식물로, 사데나물 삼비물 석쿠리 시투리 서덜채 사라부루 소계 등 여러 별명도 갖고 있다. 여러해살이풀로 한국 원산이며 중국(苣蕒菜), 일본(하치조-나), 러시아(осо́т,아소뜨)에도 분포한다. 국화과 방가지똥속으로 학명은 Sonchus brachyotus DC.

황달과 간염에 효능 기침 멎게 해

한방에서 꽃이 피기 전에 뿌리째 뽑아서 깨끗이 씻고 햇볕에 말린 전초를 거채(苣菜) 고매채(苦蕒菜) 거매채(苣蕒菜) 매채(蕒菜) 야매채(野蕒菜) 야고매(野苦蕒) 고갈마(苦葛麻) 취마채(取麻菜) 야고채(野苦菜)라 하여 열을 내리고 해독하며 허한 것을 보양하고 기침을 멎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항종양작용이 있어 항암 백혈병 청열 이질 후두염 내치탈출(內痔脫出) 백대하 산후어혈 충수염(맹장염) 급성간염 균리 후염 허약해수를 다스리는 약으로도 알려져 있다.

꽃(苣蕒菜花)은 황달과 간염에 효능이 있고, 홍삼수(紅蔘鬚)와 꽃으로 죽을 쑤어 먹어 장암 수술 후 회복이 빨랐다는 이야기가 있다. 맛은 쓰고 성질이 차며 어린 순과 뿌리는 나물로 무쳐 먹는다. 일본 민간에서도 잎을 삶아 먹거나(煮食) 생즙으로 암증을 치료하고 있다.

꽃차로 마시기도 하는데, 덖음팬에 올려 덖고 식히기를 3회 한 다음 말려서 쓴다. 덖음과 식힘을 반복하는 것은 고유의 성분들을 사데풀 꽃 안에 가두는 작업. 덖는 동안 꽃에서는 빵 굽는 냄새가 난다. 이 과정에서 비로소 꽃차는 명품으로 태어난다.

▲ 김종화 시인

글쓴이 김종화 시인은 남촌문학관장 남구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여 년간 자생식물연구가로 활동하며 들꽃정원 초애원을 운영하고 있다. 시집「흰금낭화 같은 그대」「田園」등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