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근 소설가

오늘을 사는 우리나라 사람에게서 한국이란 무엇인가.

단순히 정주하기 위한 일정한 영역을 가진 통치조직체라는 국가의 피상적 개념으로만 치부하기엔 뭔가 아쉽다.

우리나라 아니, 우리민족에게서 ‘한’이란 문자는 어떤 의미일까?

‘한’이란? 한글로 ‘하나(One)’라고 말할 수 있다. 한글의 ‘하나’를 약간 변형하면 ‘한’이라는 말이 된다. 이때 ‘한’은 순우리말이다. 그 어원은 ‘크다, 중심이다, 대단하다’ 로 설명할 수 있다.

​똑같은 의미로 ‘한’이 쓰인 단어에는 한잠, 한낮, 한밭 등이 있고 할아버지와 할머니 또한, 한아버지와 한어머니가 변한 단어이다.

근대에 조선을 탐하였던 일본 군국주의가 한반도를 유린하였던 그 긴박한 시절에 고종은 왜 하필이면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한’의 의미를 부여했을까?

과거와 현재를 아울러 우리민족 구성원이 가장 좋아하는 단어를 꼽으라면 ‘ㅎ’자가 들어간 단어라고 한다.
해, 하나, 하늘, 하얀, 한마음, 하자, 환하다……, 등등. 조선이 한국으로 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듯하다.
그렇지만… 왜일까?

요즘같이 다원화된 사회에서 민족이니 뿌리니 하는 의미는 이미 많이 퇴색되어 버렸다. 우리는 하나라는 의식이 희박해졌다는 뜻이리라.

그래서인지 혼밥이 유행이다.

민족과 국가와 뿌리를 논하다가 웬 혼밥이냐 할 것이다. 문화는 총체적인 삶의 양식이다. 하나 된 의식으로 한강의 기적을 창조한 우리들이 어느 순간 ‘한’의 에너지를 상실한 현시대가 실망스럽다.

또다시 자문을 해본다. 왜일까?

미국에 월스트리트의 점심시간 풍경은 혼밥을 먹는 사람들이 넘친다. 일본의 경우는 아예 칸막이까지 쳐서 혼자만의 고독을 즐기며 식사를 한다.

물론, 그것이 단점만 있는 문화가 아니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인해 점심식사 만큼은 인간관계의 갈등을 피해보자는 나름, 그들만의 진화된 생활방식이라 항변한다.

우리네의 경우 어떠한가? 식사를 혼자하고 있으면 도리어 이상하게 생각한다. 직장에서건 가정에서건, 밥 때만 되면 꼭 사람부터 챙긴다.

오죽하면 “밥 한번 먹자.”라는 멘트가 인사처럼 오래전부터 통용되어왔다.

이렇게 우리의 의식 속에선 ‘한’이라는 개념이 깊이 새겨져 있다. ‘한겨레’, ‘한민족’, ‘한마음’ 등 우리는 하나라는 동질감이 핏속에 담겨있는 것이다.

우리의 선조들이 좋아했던 나무 중에 대표적인 것으로 대나무가 있다. 꼿꼿한 절개의 상징으로 휘어질지언정 꺾이지 않는 우리의 기상을 보여주는 나무다.

이 대나무라는 종種이 참 희한하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 대나무에 딱 들어맞다. 서구나 일본의 시각으로 본다면 지상에 나와 있는 대나무는 각각 별개의 개체다. 그렇지만 우리는 뿌리가 연결되어 있는 대나무는 하나로 인식한다.

바로, ‘한’의 의식인 것이다.

오죽했으면 중국에 사대事大한 조선의 나라에서조차 국호를 ‘한’국으로 했을까.

‘하나’는 곧 ‘우리’의 개념이다. 대나무의 뿌리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듯 이 땅의 우리들의 마음도 연결되어 ‘한마음’인 것이다.

물론, 현대사회의 다양성을 저해하는 획일화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사회에서 꼭 필요한 것, 한국인으로서 지켜야하는 가치, 타인은 남이 아니라 보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된 또 다른 ‘나’라는 의식, 나아가 남의 일을 나의 일처럼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

그것이 이 시대 우리가 버려서는 안 되는 한국인의 정서이자 사상인 것이다.

나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