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입찰 조건 내걸고 참여 제한
무대예술전문인 자격증 1급 요구 '논란'
최종 평가회의에 단 2팀만 입찰 참여

기장군은 지난 1일 안데르센 극장 하반기 위탁 사업자로 A업체를 선정 발표했다. 하지만 선정과정에서 공정성과 형평성에 문제가 많았던 밀어주기식 입찰을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까다로운 입찰 조건을 내걸어 지역업체의 참여를 제한했다는 논란이 증폭 되고 있는 것.

특히 지역업체들은 "기본 자격요건인「공연법」제14조(무대예술전문인의 자격)에 의거 무대예술전문인 자격증 1급 소지자 1명 이상 반드시 포함"이라는 문구를 문제 삼고 있다.

240석 규모의 안데르센 극장에서 1급 이상의 무대예술전문인 자격증 소지자를 기본 운영 조건에 넣은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것.

공연법에 따르면 객석 500석 이상의 국·공립 공연장에 무대예술전문인 자격증 소지자를 의무 배정하고 있다. 객석 500석 이상 800석 미만은 3급 이상, 800석 이상 1000석 미만은 2급 이상, 객석 1000천석 이상은 1급 이상의 무대예술전문인을 배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역의 한 공연 기획자는 "부산지역에서도 1급 소지자는 부산문화회관, 부산시민회관 정도에서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500석 이하의 공연장에서는 대부분 채용을 하지 않는 현실이다"고 밝혔다.

공연관계자들은 부산지역에서 활동하는 1급 무대예술전문인 자격증 소지자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공연업체는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안데르센 극장과 비슷한 부산예술회관의 경우 무대예술전문인 자격증을 소지한 인력이 없다. 490석 규모의 해운대 문화회관 역시 2급 소지자로 채용 당시에는 3급에 불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위탁사업 추진 실적 기재란에 단일사업으로 1천만원 이상 및 300석 이상 공연장 아동·청소년극 수행실적 근거자료 제출 건에 대해서도 업체들의 볼멘소리가 높다.

공연업체 관계자들은 부산에서 정부 지원 사업 말고는 단일사업으로 1천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아동·청소년극은 거의 없어 이 또한 과도한 입찰 조건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안데르센 극장의 현장 개방도 허용하지 않는 상태에서 사업설명회 조차 열지 않는 등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기장군의 이러한 까다로운 입찰 조건으로 지난달 29일 열린 안데르센극장 위탁운영 사업 제안서 최종 평가회의에는 단 2팀만 입찰에 참여했다. 당초 다수의 공연 업체들이 경쟁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상반된 결과가 나타났다. 이에 대해 공연 관계자들은 입찰 조건이 까다로워 참여할 수 있는 업체가 거의 없는 현실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부산의 첫 아동·청소년극 전문극장 안데르센 극장은 첨단 기술장비를 갖춘 대형무대를 포함해 공연장 1동과 사무동 1동 등 건물 2개 동에서 공연과 연극 교육 등을 진행 할 수 있다.

지난해 극단 가마골이 위탁운영을 맡아 연희단거리패·극단 가마골의 예술감독인 이윤택 연출가의 지휘 아래 '미운 오리새끼' '인어공주' 등 다양한 공연을 선보여 한 달 사이 관객 5300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극장은 지난해 11월 개관 한 달 만에 갑작스럽게 문을 닫았다. 기장군의회가 1년 운영예산 3억원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군은 극장을 민간에 위탁하기로 하면서 기간을 3년으로 정할 것을 요구했고 군의회의 1년으로 줄이라는 상반된 입장이 맞섰다.

당시 군 의회는 "특정 업체가 안데르센 극장을 장기 위탁하는 것은 특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추경예산을 확보한 기장군은 지난달 7일 안데르센극장 위탁운영 입찰 공고를 게시했다. 부산지역 업체만 참여할 수 있는 제한 경쟁으로 1년 계약에 위탁운영비가 3억원에 달하면서 지역 공연기획 업체들이 큰 관심을 보였었다.

특정 업체를 겨낭한 입찰 조건이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기장군 관계자는 "최고의 시설에 최고의 관리자를 뽑기 위해 1급을 기본 조건에 명시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부산지역 공연관계자들은 과도한 입찰 조건으로 공정하게 경쟁해야할 공개 입찰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막았다고 반발하고 있어 향후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다.